140au
Useful Words, INDEX, 2017

크고 작은 억울함에 뺑소니당할 때마다 나는 우주 어딘가를 떠돌고 있는 작고 차가운 피조물들을 생각한다. 가장 쉽게 애착이 가는 것은 화성탐사선 큐리오시티다. 6개의 귀여운 바퀴를 가진 이 로봇은 화성 탐사를 시작한지 1주년이 되던 자신의 생일날 토양 샘플의 유기물질을 측정하는 분석기를 이용해 혼자 노래를 불렀다고 한다. 그 노래에 대해서는 몇 가지 분분한 의견이 있었지만 나사는 그것이 4비트의 기계음이었을 뿐이라 일축했다. 최근에는 큐리오시티의 할머니 뻘 되는 보이저 자매의 소식을 들을 수 있었다. 이미 4년 전 태양계 밖을 벗어난 보이저 1호와 지구의 거리는 천문 단위로 140AU인데 이것은 약 209억 킬로미터에 해당한다고 한다. 보이저 1호의 마지막 목적지로 설정된 알파 센타우리까지 대충 4만 년의 시간이 더 걸린다니, 우리 모두와 그 자자손손이 전부 사라진 후에도 이 금속 생명체는 지구의 마지막 유산이 되어 우리들 자신을 증명하고 있을 테다. 그렇다면, 아무렴 어떤가? 209억이란 숫자에 0이 몇 개나 들어간들, 혹은 그 0을 헤아리다 알 수 없는 허기를 느낀들. 지구와 태양 사이의 거리라는 1AU는 매일 하루 어치 외로움을 꾹꾹 눌러 담아 마주하는 아침과 저녁 사이의 거리일지도, 반복되는 어제와 내일을 붙잡아 잇는 어떤 사소한 용기, 다짐, 그 모든 비가시적인 마음들 사이의 거리일지도 모를 일이다.

Do Hankyeol x Yoon Juli 
글. 윤율리 / 이미지. 도한결